[탐사]호남 구석기 시대 유물도 '방치·훼손'

등록일자 2019-07-31 04:56:09

【 앵커멘트 】
일본에 가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영산강 유역 고분의 실태와 문제점, 연속보도해드리고 있는데요.

호남지역 구석기 유적도 마찬가집니다.. 관리가 안된 채 훼손되고 있는 사이, 오히려 일본에서는 역사적 가치에 주목하며 적극적인 연구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준호 기자입니다.

【 기자 】
수천 기의 태양광 패널 뼈대가 하천을 따라 끝없이 펼쳐져 있는 이곳은 순천 평지들유적입니다.

지난해부터 태양광 설치 공사가 진행되면서 높이 2m가 훌쩍 넘는 고인돌과, 후기구석기 유물이 모두 제자리를 떠났습니다.

▶ 인터뷰 : 김순옥 / 순천시 외서면
- "저렇게 인위적으로 훼손해서 태양광을 만들면 유적 (보존과) 반대되는 일 아닙니까"

이번엔 지난 2004년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순천 월평유적을 가봤습니다.

구석기 유물이 다수 포함된 돌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습니다.

구석기 유물이 재료로 쓰인 것으로 밝혀져, 고고학계의 주목을 받은 70여 년 된 가옥이 지난 2017년에 철거됐습니다.

당시 붕괴 위험이 있고 석면이 노출됐다며 관할 자치단체가 철거한건데 이 과정에서 유물 다수가 파손됐습니다.

▶ 인터뷰 : 박종기 / 순천월평유적보존회장
- "보존회에서 수차례 이야기했는데 저지할 방법이 없었고 우리가 안 좋은 생각이 드는 건 관광객들이 왔을 때 그분들이 좀 (좋지 않게 볼까봐..)"

호남 구석기 유적은 관리 소홀뿐 아니라, 우리 역사 교과서에서도 언급조차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석기를 다룬 국내 중·고교 교과서 9종 중, 호남지역 유적을 지도에 표기한 경우는 4종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호남 지역 구석기를 주목하고 있는 건, 일본 학자들입니다.

동북아시아의 후기 구석기 역사를 이해하는 주요 유물이 출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당시 석기 재료로 쓰인 '흑요석'입니다.

백두산과 일본에서 온 재료가 동시에 발견되는 지역은 오직 호남 구석기 유적 뿐입니다.

▶ 인터뷰 : 암비루 마사오 / 일본 메이지대 고고학과 명예교수
-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에서만 사람과 물건이 움직였다기보다는, 넓게 동아시아 전체에 이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한반도 남부 지역은 선진 구석기 문화를 일본에 전파한 주요 통로로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사토 히로유키 / 일본 동경대 고고학과 교수
- "3만여 년 전 일본 큐슈에 석기문화를 전수해주었습니다. 한국으로부터 슴베찌르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들어옵니다)"

일본이 호남구석기 연구에 집중하는 동안 정작 우리는 유적 관리조차 소홀히 하고 있습니다.

kbc 이준호입니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