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두 대에 건조기 두 대.
세 평도 채 되지 않아 보이는 작은 빨래방.
'건조하러 갔다가 젖어서 나온다'는 소문의 빨래방입니다.
이 모든 건 '한 권의 노트'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합니다.
"사회생활이 너무 힘들어요. 좋은 날이 오겠죠?"
"처음으로 사랑을 하고 이별을 맞이했습니다"
자신의 일과나 개인적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들이 빼곡히 적혀있는 방명록.
간혹 무심하게 그린 그림이나, 동네의 맛집 리스트가 적혀있기도 합니다.
서울 청파동, 후암동, 보광동 세 곳에서 빨래방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장 이지은씨는 처음엔 민원이나 불편한 사항을 접수 받기 위해 방명록용 노트를 뒀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방명록에 글들이 하나, 둘 써지기 시작했는데, 익명의 힘인지 몰라도, 어느새 손님들은 직장에서 된통 깨졌던 이야기나 아무에게도 할 수 없는 속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고 그렇게 채워진 익명들의 삶 이야기는 어느새 네 권이 넘었습니다.
지금은 방명록 표지에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노트라고 적혀있는 만큼 이 가게만의 따뜻한 문화가 됐습니다.
그래서일까, 이 방명록을 보고 있자면 마치 초등학생 시절 썼던 일기장이 떠오릅니다.
다만 바뀐 건,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이 자라 사회초년생이 되었다는 점.
마음 아픈 이야기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자 코멘트를 달기 시작한 주인장 이지은씨.
손님들이 먼 훗날 그 동네를 다시 찾을 때 자기가 썼던 글을 보면서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공간.
그런 소중한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이젠 방명록을 보면서 하나하나 답글을 달아 주는 게 삶의 낙이 됐다고 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글들도 있다는데..
"어제가 엄마 4주기였다.. 마음이 텅 빈 것 같다"는 글, "생을 마감하러 나왔다가 잠깐 빨래방에 들렀는데, 방명록을 읽고 힘을 얻어 다시 살아보고자 한다"는 글엔 주인장 뿐만 아닌 다른 손님들의 진심 어린 위로와 응원의 댓글이 달리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여기에 마음을 적고 가네요"
어느 익명 손님의 말처럼 마음을 적고 가는 빨래방.
이 빨래방의 따뜻한 문화가 오래도록 유지되길 바랍니다.
( 기획 : 전준상 / 구성 : 김민성 / 내레이션·편집 : 윤수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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