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째 가업 월곡동 '태훈솜틀집'
헌솜을 기계에 넣고 다시 부풀려서 뽀송뽀송한 새 솜이불로 만들어주는 솜틀집.
예전에는 골목마다 솜틀집이 있어 '털~털~털'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으나 요즘에는 좀처럼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 솜, 부드러운 촉감 덕에 정전기 없어
솜의 원료인 면화를 재배하지도 않거니와 가볍고 보온 효과가 좋은 대체 소재들이 개발돼 솜이불을 덮는 집들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연 소재인 솜은 촉감이 부드럽고 따뜻하며 정전기가 발생하지 않아 캐시밀론과 같은 인공 소재와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연세 많으신 분들은 오래된 솜이불을 버리지 않고 솜틀집에서 다시 가공해 재사용하기를 고집합니다.
시나브로 봄 기운이 짙어가는 3월 중순.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 '태훈솜틀집'을 찾았습니다.
월곡시장 뒤편 골목을 지나 기쁨어린이공원 맞은편 3층짜리 건물 1층에 솜틀집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도심에 아직도 옛날식 솜틀집이 남아 명맥을 잇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주인 45살 강태훈 씨가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어머니 74살 전오님 씨와 2대가 함께 한동네에서 28년째 운영하는 곳입니다.
원래는 아버지 故 강상길 씨가 1990년대 중반에 시작했으나, 2012년 돌아가신 후로는 모자가 솜틀집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 건조-재가공-바느질 3단계 공정
솜틀집은 크게 3개 공정으로 작업이 진행됩니다.
우선 의뢰받은 헌솜을 깨끗하게 세정하는 작업인데, 피톤치드 같은 살균성 세정제를 스프레이로 뿌린 후 일정 기간 말립니다.
햇볕이 좋은 날에는 밖에서 말리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실내에서 건조시킵니다.
다음은 말린 솜을 솜틀기계에 돌려서 부풀린 뒤 새 솜처럼 뽀송뽀송하게 만듭니다.
헌솜이 톱니바퀴를 지나며 얇아지는데, 롤러에 여러 겹으로 감기면서 솜의 물성이 되살아납니다.
태훈 씨는 "솜틀기계는 독일제로 50년은 거뜬히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업 시작 당시 서울에서 중고기계를 구입해 28년 넘게 사용하고 있으니 골동품(?)이라 할 만합니다.
구식 기계라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게 흠입니다.
반면 요즘 기계는 믹서기처럼 솜을 갈아서 틀기 때문에 조작이 단순한 편입니다.
솜틀을 거쳐 재생된 솜을 가지고 홑청(속싸개)을 씌우고 다시 커버를 입히면 비로소 이불 한 채가 완성됩니다.
1.6㎏ 이불 한 채 공임비는 5만원입니다.
이·미용료 등 다른 개인서비스 물가는 크게 올랐으나 공임비는 수년째 제자리 걸음입니다.
◇ 전성기엔 한 달에 40~50건 주문
태훈 씨네 솜틀집은 초창기에는 한 달에 40~50건의 주문이 밀려들어, 온 가족이 매달려 작업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만 해도 그럭저럭 유지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코로나 발생 이후 주문이 크게 줄어든 이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어 걱정이 많습니다.
태훈 씨는 "원래 봄철에는 주문이 많은 편인데 경기가 안좋다 보니 솜타는 일을 미뤄두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가게가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은 '단골고객'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태훈 씨는 "오래 전 이용했던 고객들이 타지로 이사간 후에도 잊지 않고 다시 의뢰를 해왔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태훈 씨의 소망은 솜틀집이 다시금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것입니다.
비록 솜틀집이 사양 사업이긴 하나 옛날 솜이불의 감촉과 추억을 간직하신 분들이 아직 많기 때문에 이같은 바람이 헛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헌솜을 새하얀 솜으로 탄생시키는 솜틀기계처럼 태훈 씨의 가게에도 희망의 새봄이 찾아오기를 기원하는 마음입니다.
#태훈솜틀집 #월곡동 #헌솜 #솜틀기계 #전라도돋보기
70대·40대 모자, 한동네서 28년째 가업 이어
솜이불 감촉과 추억 간직한 단골 '버팀목'
이불 한 채 공임비 5만원..수년째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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