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별·이]'한·일 저항 문학 소개' 김정훈 교수 "강력한 메시지 전할 것"(1편)

등록일자 2024-04-06 09:00:01
문병란 시인 강의 듣고 저항 문학에 '관심'
이육사·윤동주·문병란·김준태 작품, 일본에 소개
일본서 영향력 있는 집필 활동 "강력한 메시지 낼 것"
[남·별·이]'한·일 저항 문학 소개' 김정훈 교수 "강력한 메시지 전할 것"(1편)

'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일본 도키코 문학기념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정훈 교수

일제강점기 저항 시인 이육사, 윤동주 등에 이어 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화를 부르짖은 문병란, 김준태 시인의 시집을 일본에 번역·소개한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

올해로 교수 생활 30년이 된 그는 광주 지역 일간지에 3년 동안 연재한 일본 작가 마쓰다 도키코에 대한 글과 일본 방문 활동을 엮은 평론집 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 국내와 일본에서 조선 저항 시인 관련 편저 출간

또한 올해 시대정신과 역사성을 담은 우리 작품을 일본에 소개할 예정입니다.

이에 앞서 김 교수는 최근 한국, 중국, 일본의 연구자들과 함께 조선 저항 시인들에 대한 논고를 엮어 '민족 저항시인의 동아시아적 접근', '조선의 저항시인-동아시아에서 바라본다'를 펴냈습니다.

"운 좋게 문병란 선생님 추모식에서 이명한 소설가를 뵙고 나주 저항 시인을 소개할 수 있었죠"라며 책 출간의 경위를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그칠 줄 모르는 김 교수의 저항 문학에 대한 관심은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부친의 권유로 고등 시절 이과를 지원해서 한차례 입시에 실패한 뒤, 대성학원에서 재수하며 해직 교수인 문병란 시인으로부터 문학 강의를 듣게 되면서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김정훈 교수가 번역한 김준태 시인 시집(왼쪽)과 조선의 저항시인 책 표지(오른쪽)

"이육사, 윤동주, 한용운 등 민족 시인들의 저항시에 대한 강의가 매우 재미있었어요. '광야'에 깃든 저항적 이미지를 은유의 화법을 통해 열강하는 모습에 크게 감동했죠. 저항시들을 통해 군부독재 현실과 모순에 대해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배웠던 문학적 감성이 오늘날 저항문학에 심취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조선대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한 후 그는 그 시절 여러 혼란한 상황에서 특별한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강의실을 지키기보다는 고등시절 익힌 타악기 연주에 빠져 음악 동아리 활동에 전념했습니다.

◇ 88년 일본 유학, 일본 근대문학 연구에 몰두

그가 일본 유학을 결심한 것은 대학 졸업 후 군악대 복무를 마치고, 미개척 분야 학문에 대한 주변의 권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88올림픽이 열리던 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근대문학의 대표작가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주오대 히로오카 교수와 함께 문병란 시집 한일출판 기념사진

그리고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나쓰메 소세키 연구로 긴키지역에서 명문사학으로 손꼽히는 간세이가쿠인대 대학원 문학연구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에는 외골수일 정도로 정의감이 투철하고 권세에 저항하는 주인공의 반골 정신이 그려지는데 거기에 매료된 게 동기입니다"라고 연구 배경을 피력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연구 관점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한국의 관점에서 문학과 사회를 접목하는 연구가 절실하다고 느끼던 터였습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나쓰메 소세키를 연구하면서 현실 참여적인 프롤레타리아 문학 연구에 조예가 깊은 요코하마시립대학의 이즈 도시히코 명예교수와 인터넷을 통해 교류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가 쓴 혁명적 작가 '고바야시 다키지' 평론을 국내에 번역 소개했습니다.

◇ 우리 문학 소개와 조선인 문제 천착한 마쓰다의 저술 출판

이 소식을 듣고 일본 민족예술연구소장이 광주를 방문, 일본의 고바야시 다키지와 동향 출신으로 일제강점기 조선인과 중국인 피해자 문제(하나오카 사건과나나쓰다테 사건)를 평생 천착한 작가 마쓰다 도키코를 소개하게 됩니다.

이 때부터 마쓰다 도키코와 인연을 맺고, 관련 논문을 발표하면서 마쓰다의 저서와 시집을 번역 출판했습니다.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주최 한일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하는 김정훈 교수

한편, 김 교수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피해 문제에 관심을 갖고 근로정신대의 역사와 체험을 다룬 책을 번역하는 등 근로정신대 시민모임 활동에도 참여했습니다.

앞으로 그의 펜이 어디를 향할지 궁금합니다.

"연구자에게 집필하고 연구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시집 번역은 필사이면서 연찬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한·일의 경계선에서 일본 내부를 바라보며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업이 자신의 일로 여겨집니다"라고 연구 계획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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