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별·이]김정훈 "나주 출신 저항 시인, 널리 알려야"(2편)

등록일자 2024-04-07 09:00:01
'도쿄대 대학생이 고른 책' 선정
한·중·일 학자들의 저항 시인 연구 집대성
이석성·정우채·박준채 등 나주 저항 시인 발굴
[남·별·이]김정훈 "나주 출신 저항 시인, 널리 알려야"(2편)

'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한국 방문객들과 인터뷰 중인 김정훈 교수

김정훈 교수가 엮은 '조선의 저항시인-동아시아에서 바라본다'는 '도쿄대생이 고른 책'에 뽑히기도 했습니다.

도쿄대학의 공적 활동에 참여하는 학부생들이 2023년 가을, 겨울의 신간을 중심으로 골라 구독한 도서목록 121권 중 하나에 포함된 겁니다.

특히 121권 중 소개문이 있는 도서 7권에 포함됐으며, 문학 분야에서는 유일합니다.

◇ 도쿄대학 종합도서관 '특설 전시' 포함

목록에 올라 있는 책 중에서 일부가 현재 도쿄대학 종합도서관 3층 '특설 전시'(~ 5월 22일)에서 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이석성·정우채·박준채 등 일제강점기 나주 출신 저항 시인을 비롯해 이육사·윤동주 등 대표적인 저항 시인들을 한·중·일 및 북한 연구자들이 연구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안에 있는 옛 나주역

이 가운데 1부와 3부가 나주 출신 저항 시인들의 작품과 한·일 연구자의 논고로 이뤄져 있습니다.

1부에는 이석성(본명 이창신)의 '제방공사', 정우채 '단결하자', 박준채 '회상'을 비롯한 모든 작품이 완역된 형태로 실렸으며, 이들 각 작품에 대해 논한 한·일 연구자의 논문이 함께 실렸습니다.

3부에는 '이석성의 육필원고를 접하고-그 놀라움과 감동의 언어'를 필두로 이명한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의 부친인 이석성에 대한 회고문 '눈 내리는 동토에도 꽃은 피는가', '이석성-저항시에서 저항소설로', 박준채의 발굴시, '정우채의 삶과 문학' 등 관련 글들이 차례로 실렸습니다.

아울러 2부에는 문병란 시인의 '역사에 있어서의 시적 참여'가 연구자들의 관점을 포괄하는 형태로 제시됐습니다.

◇ "저항시 새로운 작품 발굴, 분석 보람"

그리고 중국 연변대 김만석, 최일 전·현직 교수, 일본의 와타나베 스미코 다이토분카대 명예교수, 사가와 아키, 아이자와 가쿠 시인, 북한의 한중모 평론가 등, 중국·일본·북한의 문인, 연구자들이 윤동주, 이육사, 이상화 등을 본격적으로 논한 논고가 게재됐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나주 출신 저항 시인들의 목소리 뿐만 아니라, 중국으로 거점을 확대한 시인들의 작품이 삼국의 역사적 배경 위에 형성된 점을 고려, 동아시아적 모색에 의의를 둔 것입니다.

▲이석성의 소설 '제방공사'가 실린 신동아

한편, 김 교수가 이석성의 일본어 시 '우리들의 선구자 말라테스타를 애도한다'의 원문을 처음으로 본 것은 2020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당시 이명한 소설가로부터 원문을 받은 그는 며칠 동안 정독하며 살펴보다가 뜨거운 감정이 복받쳐 올라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관련 자료를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김선기 당시 광주타임즈 기자의 '제방공사' 발굴 보도와 채희윤 소설가(당시 광주여대 교수), 신덕룡 시인(당시 광주대 교수) 등의 조언이 도움이 됐습니다.

정우채에 대해서는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과 문병란시인기념사업회 공동 주최로 한·일국제심포지엄을 준비하던 중 자료를 접하고,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광주학생운동 가담 혐의로 옥고를 치르고, 최연소자로 성진회 활동에 참여하는 등 투철한 저항 의식을 지닌 시인이 충분히 소개되지 않은 점이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1936년 호남평론에 실린 정우채의 시 '병자년'

그는 "정우채의 유족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 내용도 확인하면서 논고를 작성할 수 있었다"며 "특히 민족정신을 부르짖은 '단결하자' 외에 새로운 작품들이 분석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 나주 출신 저항 시인 작품, 공론화 필요

또한 박준채 시 작품 자료를 처음 접한 것은 심포지엄을 준비할 당시였습니다.

기념관 사무국장에게서 메일로 도착한 유품 자료 파일을 보는 순간 놀라움과 함께 고민하기를 거듭하다가 심포지엄 후에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했습니다.

필체 확인과 원문 파일 대조 작업을 위해 박준채 생가인 남파고택을 방문, 증언을 얻고 박준채가 와세다대학 유학 중 보내온 편지 필체를 접할 때의 극적인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나주 출신 저항 시인 박준채 논문집 표지

그는 "독창적인 필체여서 금방 알아볼 수 있었는데 손 글씨로 새긴 작품과 편지지 필체가 일치한 순간 환호성을 질렀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회상했습니다.

이어 "이제 나주 출신 저항 시인들의 작품을 어떻게 널리 공론화하고 후세들에게 전할지를 고민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나주시민이 공론화에 앞장서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김 교수는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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