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아이들 쓰라고 기부했더니..사적으로 사용

등록일자 2019-09-03 19:49:33

【 앵커멘트 】
전국 10만 명의 아이들이 이용하는 지역아동센터의 부당 운영 사례들을 집중 보도해드리고 있는데요.

탐사보도, 두 번째 순서는 후원금. 즉 기부금의 부당 사용 실태입니다.

지난해 전국 4100여 곳의 지역아동센터는 개인과 기업 등으로부터 한 곳당 평균 1,800만원에 가까운 후원금을 받았는데요.

아이들한테 쓰라고 십시일반 모은 이 돈. 과연 잘 쓰이고 있을까요? 실태를 점검해봤습니다.

이준호 기자입니다.


【 기자 】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공시된 한 지역아동센터의 후원금 사용 내역서입니다.

지난 2017년 8월, 버스대절료로 99만원을 썼다고 나와있습니다.

목적에 맞게 후원금이 제대로 쓰였는지 취재진이 추적했습니다.

당시 해당 지역아동센터에서 버스를 빌린 이유는 당일치기 견학.

목적지는 35km 떨어졌는데, 지역아동센터가 이용한 업체에 같은 조건으로 견적을 의뢰해봤습니다.

업체가 제시한 금액은 50만원.

센터가 작성한 후원금 지출 금액의 절반에 불과했습니다.

▶ 싱크 : 버스업체 관계자
- "(화순 왕복으로) 하루 빌리시는데 99만원이요? 저희가 보통 광주에서 서울을 갈 때 45인승 우등버스가 거의 90~95만원 나오거든요"

당시 과도한 금액이 책정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센터의 후원금 지출 증빙서류철까지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버스 대절료와 관련된 어떠한 자료도 첨부돼 있지 않았습니다.

사회복지사업법에서는 후원금을 사용하고 증빙을 하지 않을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습니다.

흔적도 없이 사용된 후원금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준 승합차량의 주유내역.

지난 2017년 한해 동안 후원금으로 90만원을 지출했다고 나와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영수증조차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센터에 찾아가 증빙서류 없이 후원금을 쓴 이유를 수차례 찾아가 물었지만 시설장은 잘 모르겠단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 싱크 : ㅇㅇ지역아동센터 시설장
- "제가 (작성)했죠. 저도 왜 이게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사실 기억을 못하겠네요.."

후원금이 사적인 용도로 부당 집행된 사례도 있습니다.

광주 북구의 한 지역아동센터의 후원금 사용 내역서.

지난해 기준, 한 달 평균 5만 3천원이 넘는 휴대폰 요금이 후원금으로 지출됐습니다.

센터에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간판을 비롯해 시설 팜플렛 등 어디에도 시설 휴대폰 번호는 없습니다.

▶ 싱크 : ◇◇지역아동센터 직원
- "[혹시 여기 시설 핸드폰 있어요?] 아 핸드폰 (유선)전화만 있고 핸드폰은 제가 잘 모르겠어요. 시설 핸드폰은 직접 저희가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에요"

센터에 상시 비치된 이동전화가 아닌 시설장 개인이 사적으로 사용하는 핸드폰 요금이 후원금으로 지출된 겁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해당 센터 시설장은 더 이상 후원금을 사용해, 개인 휴대폰 요금을 내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 싱크 : ◇◇지역아동센터 시설장
- "제가요 제 명의로 다 돌렸고요. 제 계좌에서 빠져나가게 돌렸고요. 앞으로도 그냥 제 것에서 다 할게요"

아이들을 위해 기부한 돈이 허술한 관리 속에 줄줄 새고 있습니다. kbc 이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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